문화와 상징

+, −는 언제부터 사용됐을까? 수학 기호의 기원과 문화

블로거 김 2025. 8. 17. 00:10

우리는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 − 같은 기호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단순한 부호들이 언제, 어떤 맥락에서 태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글은 수학 기호의 기원을 따라가며, 그것이 단순한 계산의 도구가 아닌, 인류 문명의 기호 체계 속에서 어떻게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탐구한다. 기호는 언어보다 오래되었고, 철학보다 넓은 세계를 품고 있다.

수학 기호의 기원
일상속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수학 기호

1. 기호는 언제 시작되었는가?

기호의 역사는 언어보다 오래되었다. 고대 동굴벽화, 매듭, 점과 선, 문양은 모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상징이었다.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의미’를 형태로 남기려는 시도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기호는 탄생했다. 특히 수량을 나타내는 기호는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기호 중 하나다.

초기 수학 기호는 수 자체를 직접 표현하는 방법에서 출발했다. 메소포타미아의 쐐기 문자나 이집트의 상형문자는 각각의 숫자와 연산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 시기에는 아직 ‘+’나 ‘−’ 같은 기호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기호 없는 표기법은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점점 더 추상적이고 단순한 기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기호는 곧 기억의 보조 도구가 되었고, 더 나아가 사고를 확장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간의 논리적 사고와 규칙성을 시각화하는 상징으로서 기호는 점차 진화했다. 즉, 기호는 정보를 담는 그릇이자, 사고의 구조이기도 했다.

2. +, − 기호의 탄생과 유럽 수학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와 ‘−’ 기호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기호다. 이 기호들은 15세기 독일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당초에는 ‘상승’(plus)과 ‘감소’(minus)를 나타내기 위한 상업용 기호로 사용되었다. 독일 상인들은 라틴어로 ‘et’(그리고)를 빠르게 쓴 필기체가 +의 원형이 되었고, −는 단순한 짧은 선으로 ‘부족함’을 의미했다.

이 기호들이 수학으로 유입된 것은 16세기 무렵이다. 독일의 수학자 요하네스 비드만(Johannes Widmann)이 1489년에 출판한 책에서 +와 −를 처음 사용한 기록이 있다. 당시에는 아직 보편적인 표기법이 아니었으며, 지역마다 기호가 달랐고, 심지어 같은 수학자도 문맥에 따라 다른 기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유럽 수학계에서 이 기호들은 간결성과 논리성을 인정받으며 보편화되었다. 이후 데카르트와 뉴턴, 라이프니츠 등의 수학자들이 이 기호 체계를 더욱 체계화하고,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로써 +와 −는 단순한 수기 부호에서 보편 기호로 진화했다.

기호의 기원과 사용 시기 요약

수학 기호의 역사적 등장 시기와 의미 비교
기호 등장 시기 기원 지역 의미 또는 용도
+ 15세기 독일 라틴어 et에서 유래한 합산 부호
15세기 독일 감소 또는 빼기 의미의 짧은 선
18세기 프랑스 총합, 그리스어 Σ에서 파생
÷ 17세기 영국 나눗셈 기호로 도입

3. 기호가 만들어낸 문화적 상징

기호는 단순한 계산의 도구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호는 문화, 철학, 신앙과 얽히며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는 단순히 더하기를 의미하는 기호를 넘어서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십자가와 동일시되기도 하고, 긍정이나 증대의 상징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반면 ‘−’는 감소, 손실, 부정의 의미를 내포하며 심리적 반응까지 유도하는 힘을 갖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기호는 광고, 브랜드, 앱 디자인, 심지어는 정치적 메시지에도 널리 사용된다. 단 하나의 부호가 사람들에게 특정한 감정이나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이유는, 그 기호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문화적 언어'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호는 의미를 담는 그릇이자, 의미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힘을 가진다.

4. 기호는 언어인가? 철학과 기호학의 교차점

기호는 과연 언어일까? 아니면 언어 이전의 어떤 사고인가? 이러한 질문은 기호학의 중심에서 철학자들에게 오래도록 탐구되어 왔다. 롤랑 바르트는 기호를 '기표(形態)'와 '기의(意義)'로 나누어 설명했고,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기호를 언어학적 코드로 해석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호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구조를 드러낸다고 보았다.

수학 기호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 '−'는 단순한 수학적 조작 기호가 아니라, 하나의 ‘문법’을 구성하는 언어적 기호이다.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고, 연산하고, 다시 응용하는 방식은 언어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이처럼 기호는 철학, 언어, 수학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가로지르는 보편 언어로 기능한다.

 

글을 마치며

나는 가끔, 세상의 모든 사유가 숫자나 단어가 아닌 단 하나의 기호에서 출발했다고 상상한다. ‘+’라는 기호가 누군가의 손끝에서 태어났을 때, 그것은 단지 계산의 표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선이었다. 더하고, 합치고, 넓히고자 하는 욕망이 기호에 담겼다. ‘−’는 줄이는 부호이지만, 때론 간결함을 통해 진리를 드러낸다.

기호는 우리 삶의 축소판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남는 흔적, 사유의 궤적, 문명의 언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기호는 과거 어느 한 사람의 인지, 선택, 사유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기호는 다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부호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나아가, '나는 어떤 기호로 나를 표현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