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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상징

카테고리 기호의 역사: 기호학으로 풀어보는 분류의 의미

by 블로거 김 2025. 7. 30.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기호와 상징을 마주합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사회의 작동 방식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카테고리 기호’입니다. 이는 사물과 정보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구분하는 방식으로, 오늘날 우리가 쇼핑을 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거의 모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분류 기호들이 언제부터, 왜 필요했고, 누가 정의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고대 철학에서 시작된 카테고리 개념이 어떻게 현대 정보사회에서 디지털 기호로 진화했는지를 살펴봅니다. 아울러 기호학적 관점에서, 이 카테고리들이 단지 정보를 정렬하는 도구가 아닌, 사회를 구조화하고 인간을 정의하는 권력의 언어라는 사실을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카테고리는 기호의 역사
고대 철학에서 시작된 카테고리

 

카테고리 기호의 역사

1. 기호는 왜 분류되기 시작했는가?

인간은 태초부터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무언가를 ‘나누는’ 방식으로 사고해 왔습니다. 자연과 인간, 남성과 여성, 낮과 밤처럼 대립되는 개념은 세계를 정리하고 해석하기 위한 초기 기호의 형태였습니다. 분류는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인식의 틀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어떤 개념을 어디에 속하는지 ‘분류’함으로써 이해하고,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러한 분류 체계는 곧 카테고리 기호로 발전하게 됩니다.

2. 카테고리의 기원: 그리스 철학부터 도서관까지

‘카테고리(Category)’라는 용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입니다. 그는 사물을 열 가지 범주로 나누며 존재를 정의하려 했습니다. 이후 중세 유럽에서는 도서관에서 책을 분류하기 위해 숫자나 색깔 등의 기호를 붙이며 카테고리 기호가 실용화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책을 찾기 위함을 넘어, 그 사회가 지식을 어떻게 ‘서열화’하고 ‘위계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였습니다.

3. 근대 이후의 체계화된 분류 방식

근대에 들어서면서 산업화와 정보화가 진행되며, 카테고리 기호는 점점 복잡해지고 세분화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19세기에 등장한 ‘듀이 십진분류법’입니다. 이 방식은 도서관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보편적인 분류 기호로 자리 잡았으며, 숫자나 기호 자체가 정보를 상징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컴퓨터 시스템, 인터넷 검색, UI 디자인 등에서는 이런 분류 기호가 데이터 구조와 사용자 경험에 직결되는 핵심 언어가 되었습니다.

4. 기호학에서 바라본 카테고리 기호

기호학은 모든 의미 체계를 기호로 보는 학문입니다. 기호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찰스 샌더스 퍼스는 각각 기호를 ‘기표와 기의’, ‘도상・지표・상징’ 등으로 분류하며 해석의 틀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의 이론을 통해 우리는 카테고리 기호가 단순한 정렬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질서와 권력의 언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남/여’라는 이분법적 카테고리는 단순한 성별 정보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과 위계를 규정짓는 기호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5.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카테고리들

오늘날 우리는 카테고리 기호의 홍수 속에서 살아갑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제품 분류, SNS의 해시태그, 유튜브 알고리즘의 콘텐츠 분류, 정부의 정책 통계까지 모두 카테고리 기호를 통해 정보를 분류하고 소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기호들은 우리가 보기엔 ‘당연한’ 구조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정한 질서입니다. 누가 분류했고, 왜 그렇게 분류했는가? 이 질문은 기호가 담고 있는 숨은 권력과 관점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6. 실생활 속 카테고리 기호의 실전 사례

실제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곳곳에는 보이지 않는 카테고리 기호들이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의 진열대는 식품, 생활용품, 유제품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섹션에는 해당 카테고리를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컬러 라벨, 픽토그램, 알파벳 번호 등이 사용됩니다. 소비자는 그 구조 안에서 물건을 찾고, 정보를 받아들이며,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결정합니다.

또 다른 예는 스마트폰의 ‘설정’ 화면입니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개인정보’ 등으로 나누어진 카테고리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된 디지털 기호 체계입니다. 심지어 이메일의 ‘스팸함’과 ‘중요메일함’도 우리가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고 대응하는 방식의 일종이라 볼 수 있습니다.

7. 카테고리는 인식의 구조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카테고리는 단순한 정보 분류를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를 형성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정부 통계에서 사용되는 ‘성별’, ‘연령대’, ‘직업군’ 같은 범주는 정책의 기준이 되고, 때로는 차별이나 편견의 근거로도 작동합니다.

SNS 프로필의 ‘태그’ 기능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육아맘’, ‘#여행러버’, ‘#디지털노마드’ 같은 해시태그는 사용자가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자기 정체화된 기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그 사람을 특정한 분류로 제한하기도 하죠. 결국 카테고리는 자유와 구속, 편의와 배제의 이중적 의미를 함께 가집니다.

8. 우리가 다시 바라봐야 할 카테고리의 역할

현대사회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의미 있는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카테고리’입니다. 그러나 모든 분류가 공정하거나 중립적인 것은 아닙니다. 카테고리를 만드는 주체에 따라 의도적 왜곡이나 배제된 관점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범죄자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추정할 때, 학습된 카테고리에 따라 특정 인종이나 성별이 더 자주 경고 대상이 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 분류의 문제가 아닌, 기호 체계가 가지는 윤리성과 정치성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카테고리를 단지 편리한 도구로만 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권력과 선택의 구조까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호란 시대의 시선을 담는 렌즈다

이번 글에서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구성하기 위해 만든 가장 오래되고 깊이 있는 도구, ‘카테고리 기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사물과 사람을 분류하고, 정보를 조직하며, 나아가 세상을 통제하기도 합니다.

‘화폐’가 얼굴이라는 기호를 통해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면, ‘카테고리’는 분류라는 질서 속에서 사회의 인식을 구조화합니다. 기호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자리 잡은 방식은 언제나 우리의 사고와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색’이라는 기호를 주제로, 문화와 시대에 따라 색이 어떻게 상징을 획득하고 의미를 구성해 왔는지를 탐구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색상 뒤에 숨겨진 기호학적 언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