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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상징

기둥과 돔, 권위를 설계하는 건축의 언어

by 블로거 김 2025. 7. 29.

 

건축의 권위: 기둥과 돔이 상징하는 통치의 구조

건축은 공간을 만드는 예술이자, 질서를 설계하는 정치입니다. 특히 ‘기둥’과 ‘돔’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권력과 통치를 상징하는 대표적 기호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고대 로마 신전의 코린트식 기둥부터 현대 국회의사당의 웅장한 돔까지, 건축은 권위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시선을 통해 복종과 정당성을 유도하는 힘을 가집니다. 이 글에서는 건축 요소가 어떻게 상징 정치로 발전해 왔는지를 분석합니다.

건축의 권위를 설계하다
기둥과 돔이 상징하는 통치의 구조

목차

1. 기둥, 구조를 넘어 권위의 조형

기둥은 건축학적으로 구조를 지지하는 수직 부재이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권위와 힘을 상징해 왔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신전이나 그리스·로마의 신전에서 기둥은 신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신성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도구였습니다. 기둥은 ‘세워진 권력’을 표현하며, 높고 웅장한 기둥일수록 그 공간의 위상을 강화합니다.

코린트식, 도리아식, 이오니아식 등 고전 건축에서 기둥은 미학과 위계의 언어였습니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통치자의 이상과 이상국가의 질서를 건축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던 것입니다. 수많은 기둥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구조물은 ‘눈으로 보는 권력’을 형상화한 것이었습니다.

2. 돔, 하늘 아래 권위를 형상화하다

돔은 고대 로마와 비잔틴 건축에서 탄생한 건축 양식으로, 하늘과 신성을 형상화하는 가장 강력한 건축적 상징물입니다. 기하학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원형 지붕은 중앙집권적 권력을 암시하며, 특히 왕권과 종교 권위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이슬람권의 모스크, 동방정교의 성당 등에서 돔은 모두 ‘위로부터 내려오는 힘’을 상징합니다.

돔의 중심에서 공간을 내려다보는 시선은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힘의 시각화입니다. 이는 하늘의 권위, 곧 ‘신’이나 ‘통치자’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현대 건축에서도 돔은 여전히 통치 기관, 입법부, 또는 국제기구의 권위 상징으로 쓰이며 그 기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 국회의사당 건축에 담긴 통치의 상징

한국의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대표적인 ‘돔+기둥’ 권위 구조의 사례입니다. 건물 외벽을 따라 24개의 기둥이 배치되어 있으며, 중앙에는 커다란 원형 돔이 건물을 덮고 있습니다. 이 기둥은 전국에서 모인 국민의 대표자들인 국회의원을 상징하고, 돔은 그 의견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나타냅니다.

건축적으로 볼 때 이는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상징체계입니다. 기둥은 개인의 목소리, 돔은 합의의 장을 상징하며, 이 구조를 통해 국회라는 제도의 권위를 시각적으로 정당화하는 효과를 거둡니다. 건물의 위용은 민주주의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의도된 설계이기도 합니다.

4. 권위를 설계한 고전 건축의 전략

고전 건축은 철저하게 통치의 정당성과 위계를 시각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건물의 높이, 대칭 구조, 입구의 크기, 계단의 수 등 모든 요소가 사람에게 ‘작아짐’을 느끼게 하며, 위에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한 경외감을 유도합니다. 이는 건축이 단지 공간을 기능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정과 질서를 조작하는 매개체임을 보여줍니다.

로마의 판테온, 파르테논 신전, 프랑스의 판테온 등은 모두 ‘권위의 조형적 연출’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왕궁이나 종교시설에서 사용된 돔과 기둥은 일종의 심리적 압력 장치로, 방문자에게 질서와 복종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주입했습니다.

5. 현대 건축에서의 상징성과 그 해체

근현대에 들어서며 돔과 기둥은 점차 권위주의적 상징에서 탈피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의회 건축에서 아예 돔을 배제하거나, 기둥 대신 유리와 곡면 구조로 ‘개방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권위를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 베를린의 연방의회 돔은 유리 돔으로 설계되어 ‘권력은 투명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새로운 관공서와 청사는 점차 수직 권위 대신 수평 구조와 자연 친화적 설계를 강조하면서 권위의 이미지에서 시민 참여형 이미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돔+기둥’은 가장 효과적인 권위 시각화 구조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통치 기관뿐 아니라 대학교 본관, 박물관, 재판소, 심지어 대형 기업 본사 건물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권위는 공간의 질서로, 건축은 권력의 은유로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건축은 권력을 설계한다

돔과 기둥은 단순한 구조가 아닙니다. 그것은 권력과 질서를 시각화하는 건축적 언어입니다. 권위를 형상화하는 이 기호들은 지금도 입법기관, 종교시설, 대형공공건물에 사용되며, 우리가 어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보이는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